2023/03/10 6

원루프제주 워케이션을 다녀와서 - 7일차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화를 보았다. 7일 차는 에필로그쯤이 되겠다. 7일 차에는 저렇게 남긴 기록 외에 다른 글은 없었다. 마지막 날 아침 유달리 청명하던 바깥 풍경이 기억난다.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 듯. 점점 밝아오는 아침에 눈앞에 그림이 펼쳐졌다. 짐을 정리하고 숙소에 대화를 하듯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건물과도 인사를 나눴다. 쓸쓸한 아쉬움도 잠시 가족과 다시 만나니 하루밤 사이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이토록 반갑더냥. 우리 가족은 각각 숙소를 달리하여 마지막 날을 보내고 다음날 합류하여 공항에서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집에 도착해서 다 같이 외친 한 마디는 "아 집이 최고다!" 집이 그리웠던 것 같다. 그리고 통영 워케이션 때 처럼 집에 대해 다시금 친숙함과 포근..

원루프제주 워케이션을 다녀와서 - 6일차

그날의 실시간 기록은 없다. 그날은 계획을 세웠던 것과는 다른 일정이 펼쳐졌다. 그날 원래 오전엔 계획했던 업무를 소화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오후에 가족을 만나 단란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었다. 날씨 탓을 해본다. 날씨가 깡패였다. 그냥 틀어버리고 모녀가 묵고 있는 호텔로 가서 카페에서 오전에 잠깐 일을 처리하곤 나 스스로 휴가를 내 버렸다. 그리고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살면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은가. 가족과 온전한 시간을 보낸 끝에 헤어져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잠시 홀로 되었음에, 한 주 간의 여운을 되돌아보며, 숙소와 짐 정리를 했던 것 같다. 역시 숙소에서는 잠이 잘 왔던 것 같다.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것은 그렇게 가족과 함께 지낸 끝에도 뭔가 아쉬었던 마음과 워케이션이 가지..

원루프제주 워케이션을 다녀와서 - 5일차

5일차에 들어섰을 때, 그 기분은 뭐랄까. 결코 해본적은 없지만, 단식 수행의 정점을 지나 회복하는 단계를 거치는 기분이랄까? 마치 4일까지 단식의 정점을 경험하고 난 뒤 보식을 하며 다시 현실에 적응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을 겪는 듯 했다.(해본적은 없지만 단식에 관심이 많아 찾아본 적이 있는데 그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 전날까지 경이로운 경험과 내면의 감정에 충실하면서 모든 상황을 거부감 없이 온전히 받아들이며 즐겼던 것 같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도 받았고, 다른 삶을 사는 듯한 착각에도 익숙해졌다. 덕분에 반 자연자유인이 되어 있었고, 이런 모습이 오랫만에 만난 가족들이 보기엔 생소했었나보다. 사연은 이렇다. 주말을 맞아 아내와 아이가 나를 보러 제주로 여행을 왔다. 온전한 체험 학습을 ..

원루프제주 워케이션을 다녀와서 - 4일차

워케이션 4일 차는 제주에서의 평일을 무사히 마치고 딱 중반에 이르러 맞이하는 주말에 대한 것이었다. 일과에서 벗어나 싱글의 자유로움을 만끽했던 때가 아닌가 싶다. 4일 차의 기록을 찾아보니, 다시 정리할 필요도 없을 듯하여 그대로 옮겨 본다. 4일 차는 그렇게 마음껏 제주도를 나만의 방식으로 누렸던 것 같다. 일주일의 워케이션 여정의 한가운데에 들어왔다. 극, 소설로 치면 클라이맥스로 치닫기 전야이다. 여유 있는 토요일이라. 조금 늦게 일어났다. 40대 독신남의 여유랄까. 어제는 새벽에 제대로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중국음식을 배달해 먹었던 나머지 너무 짰었나 보다. 한밤 중 목이 말라 편의점에서 사 온 1리터짜리 시원한 커피를 벌컥벌컥 마셨더니. 엄청난 각성이 되는 바람에, 그래서 우연하게 알게 된 ..

원루프제주 워케이션을 다녀와서 - 3일차

3일 차쯤 되니 내가 워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점차 무뎌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여느 때와 다른 평범한 일상을 제주에서 맞이하였고, 그 자체에 익숙해진 듯하다. 원래 하던 아침의 루틴은 상상으로 대체하고, 대신 좀 더 향상된 루틴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시뮬레이션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다음 워케이션에서는 어떻게 할지 대비책도 세워가면서 말이다. 확실히 제주는 자차를 이용하는 것이 힘들어 수반할 수 있는 짐이 한정되어 있다.(참고로 수화물 짐이 15키로 이상이면 추가 운임을 부담해야 한다.) 매트는 가볍지만 부피가 커서 가지고 다니는 건 좀 어렵지 않나 싶다. 아직까지 답이 명확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일상이 깨지는 것은 부담스럽기는 하므로 답을 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색 다르지만 평범한 일상이 유..

원루프제주 워케이션을 다녀와서 - 2일차

사실 이 글에 앞서 원루프제주에서의 워케이션 일상을 하루하루 실시간으로 기록한 버전이 따로 있다. 시시각각 새롭게 경험하는 것들과 거기서 피어오르는 감정들에 대해 놓치고 싶지 않았고, 생각나는 것들을 정제되지 않은 내용으로 채워나갔다. 다만 그렇게 적고 나니 그것을 있는 그대로 올리는데 주저함이 있었다. 그 내용을 품고 묵혀 뒤늦게 따라오는 자각까지 담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시작하는 오늘 2일 차의 내용을 작성하며, 그 당시에 작성했던 1일과 2일 차의 기록들을 살펴보았다. 확실히 실시간의 가벼움과 당시의 즐겁고 설레는 기분이 깃들어있었다. 원루프의 가이드를 제대로 숙지 안한 상태에서 처음 원루프제주 숙소에 당도해 10여 분간 디지털 원격 보안문 앞에서 서성이며 '키링'을 설치해야 했던 상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