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에 진심인 편

원루프제주 워케이션을 다녀와서 - 7일차

데브마이너 2023. 3. 10. 19:09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화를 보았다.

 

7일 차는 에필로그쯤이 되겠다. 7일 차에는 저렇게 남긴 기록 외에 다른 글은 없었다.

 

마지막 날 아침 유달리 청명하던 바깥 풍경이 기억난다.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 듯. 점점 밝아오는 아침에 눈앞에 그림이 펼쳐졌다.

 

짐을 정리하고 숙소에 대화를 하듯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건물과도 인사를 나눴다.

 

쓸쓸한 아쉬움도 잠시 가족과 다시 만나니 하루밤 사이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이토록 반갑더냥.

 

우리 가족은 각각 숙소를 달리하여 마지막 날을 보내고 다음날 합류하여 공항에서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집에 도착해서 다 같이 외친 한 마디는 "아 집이 최고다!"

 

집이 그리웠던 것 같다. 그리고 통영 워케이션 때 처럼 집에 대해 다시금 친숙함과 포근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돌아보면 일상속에서 인생의 몇 십 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고 쳇바퀴 돌듯이 지냈다. 그건 마치 기억상실 같아서, 어느 날 어느 시를 떠올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어렸을 땐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나이를 먹은 탓일까 생각하게 될 무렵. 이 소중한 워케이션의 경험은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제주도에서의 그 지난 일주일만큼은 지금도 생생하다.

 

흐린 날이 무려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너무나도 평범한 제주에서의 일상이었는데, 다녀온 지 20여 일 가까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생생할 줄이야.

 

이 7일차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 같다. 그날의 여운을 뒤로하고 현실로 돌아온 지 한참이 되었지만 난 아직도 7일 차에 머물러 있다. 아직 나의 워케이션은 끝나지 않았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딱히 인생살이에 두려운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세상을 진지하고 쿨하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도 생긴 듯 하고, 지난 날 무딘 감정으로 스쳐지나간 모든 사물과 경험을 지금은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다.

 

나는 이제 내 작업실로 출근을 한다. 오늘도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여느 때 처럼 루틴을 행했고,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사무실에 출근해 하루계획을 세우고 업무와 일정을 소화했다.  중간중간 책을 읽고 글도 쓰며, 필요한 통화도 한다. 잠깐씩 졸리면 창밖을 향한 소파에 앉아 눈을 감기도 한다. 마치 매일매일 워케이션을 하는 듯한 기분이다.

 

전에 상상만 하며 꿈꾸던 것들이 조금씩 현실화 된 듯하다. 이것이 가능토록 해준 워케이션을 알게 되어 고맙고 그 인연이 고맙다.

 

그리고 원루프제주에서의 경험은 잊지 못할 인생의 기억으로 간직할 것이다. 상상했던 것과 달리 워케이션의 다채로운 맛을 선사해준 것에 감사하며 언젠가 보답할 날을 기약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