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에 진심인 편

통영 워케이션을 다녀온 다음날

데브마이너 2023. 1. 14. 08:23

 

토요일 이른 아침 눈을 떠 거실을 향했다. 커튼을 젖히니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안개가 살포시 내려앉은 바깥 풍경을 보자니 주말 휴일의 포근함이 느껴진다. 그와 동시에 긴 잠에서 깬 듯한 느낌을 받는다. 지난 3일 동안 긴긴 꿈을 꾼 것이 아닐까 잠깐 생각해 본다. 다시 익숙한 일상... 하지만 예전처럼 지겹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 집이 최고구나" 싶다. 집이 주는 안락함이 더 와닿는 듯하다.

 

그제야 꿈같았던 지난 3일을 돌아본다. 그렇다 나는 플렉스웍디어먼데이에서 제공한 로컬스티치 통영워케이션을 2박 3일로 다녀왔다.

 

우연한 기회에 참여 중이던 플렉스웍 단톡방에서 익숙한 상호명과 함께 워케이션 신청자를 받는다는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고, 간절한 마음으로 신청한 것이 한 달 전쯤이다. 며칠이 지나 수많은 경쟁률을 뚫고 워케이션 참가 이벤트에 선정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체험 절차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통영워케이션 가는 길, 하늘은 맑았고 길은 뻥 뚫렸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려서 체험 당일, 전날 설렘과 기대감 때문이었는지 잠을 설친 채, 약간의 피로감을 안고 지난밤 챙겨둔 여장을 차에 실었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해야 했다. 아침 햇살은 있었지만 하늘을 뒤덮은 황사와 미세먼지로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미세먼지가 사라지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희뿌연 안개를 헤치고 아래로 아래로 향했다.

 

출발 직후 휴대폰 수리 서비스센터에 잠깐 들러 휴대폰을 정비하느라 시간을 잠시 뺏긴 것을 제외하고는 쉼 없이 달려 도착한 시점은 오후 4시 반 정도.

 

키로수로는 450여 킬로 정도 되었던 것 같다. 그나마 고속도로만으로 길이 이어져 있어 내려가는 길은 수월했고, 평일이라 차도 막히지 않았다. 통영 톨게이트를 빠져나온 직후 통영에서 워케이션 숙소인 로컬스티치통영까지는 5~6킬로 남짓에 불과했다.

 

도착한 곳은 로컬스티치통영이다. 워케이션 전문 회사 디어먼데이에서 운영관리하고 있으며, 워케이션을 알게 된 시점부터 눈여겨본 회사였는데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다니 그 어떤 끌림의 법칙이 작용한 것일까?

 

https://www.dearmonday.io/tongyeong

 

2박 3일간 사용했던 업무 공간. 책상이 무려 데스커다. 의자는 2백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Fern

도착하기 전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로컬스티치 통영 매니저님을 2층 라운지에서 처음 뵈었다. 밝음과 친절함이 묻어나던 목소리 그대로의 첫인상이 반가웠다. 이내 업무 공간과 숙소에 대한 안내를 받고 내가 묵을 방에 들어왔다.

 

디어먼데이는 워케이션 컨시어지 서비스를 표방하며 세련되고 활용성 있는 업무, 숙박 공간을 제공한다고 어필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와 보니 최신의 업무시설(전동 높낮이 조절 책상 - 데스커, Harworth Fern 체어 등)과 더불어 감각 있는 숙소 공간과 뷰를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방에 배치되어 있는 오픈형 욕실구조가 궁금했었는데 보는 바와 같이 생겼다.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금방 적응되면서 지내는 동안 계속 감탄했다.

 

욕실이라는 작다고 할 수 없는 공간이 벽에 둘러싸여 방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상당히 답답한 뷰가 연출되었을 텐데 과감히 벽을 없애고 확 트인 시야를 제공하니, 상당히 넓고 쾌적한 공간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필요할 때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는 세면대는 최소한의 동선을 제공함으로써 실용성이 느껴졌다.

2층 라운지
3층, 4층 코워킹 및 리빙 공간

라운지와 공유업무 공간은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하고 잘 꾸며져 있었다.  여긴 따로 얘기할 것도 없이 홈페이지에 잘 나와 있어서 굳이 사진을 따로 올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홈페이지에 나온 그대로였다.

 

워케이션의 묘미는 낯선 환경에서의 몰입과 내 안의 창의성 극대화라고 생각했는데, 정말이지 역사와 유서가 깊은 통영의 아름다운 경치와 환경은 지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었다.

 

물론 처음 가보는 지역이라 낯선 분위기에 오롯이 홀로 있음에 따른 고독감과 혼자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함께 체험을 하고 있던 참여자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오프라인 보다 훈훈한 정과 정보를 나누며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통영의 야경과 아침은 환상적이었다. 서울에 비해 그다지 춥지 않은 밤거리는 거닐기 좋았으며, 항구의 바다를 중심으로 주변에 펼쳐진 풍광에 형형색색의 불빛 조명은 바다를 거울삼아 위아래로 찬란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현대와 과거가 상존하는 유서 깊은 건물들이 사방의 높은 언덕 곳곳에 위치하며 화려한 조명 속에서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경관을 뽐내고 있었다. 예술과 문화의 도시답게 갤러리 카페에서 아닌 밤중에 그림 전시회도 관람할 수 있었다.

 

통영의 묘미는 밤에만 있지는 않았다. 이른 아침 밝은 햇살에 절로 눈이 떠졌다. 설렘을 잠시 뒤로하고 차 한잔과 명상 등 평소대로의 아침 리추얼을 행한 직후 러닝으로 통영의 아침을 맞이했다.

 

찬란한 아침 햇살을 받는 통영의 아침 바다는 잘 정비된 산책코스가 펼쳐져 있어 한없이 뛰고 걷게 만들었다. 가운데 운하를 두고 맞은 편의 섬이 손에 잡힐 듯하였고 분주한 바닷가 시장을 지나 펼쳐진 바닷가 아래로는 투명한 바닷물이 바닷속을 비추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다리를 건너 미륵도까지 찍고 다시 돌아올 때는 일제강점기 만들어졌다는 해저터널을 지나왔다. 바다 한가운데 아래를 지나고 있다는 사실이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으면서도 상상하면 할수록 신기했다.

 

그 옛 시절부터 차량과 사람들의 이동경로가 되어준 터널이 현재에 와서 과거를 이어주는 수단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침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근처 재래시장 뒷골목의 맛집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아침식사를 하고 돌아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굉장히 유명한 맛집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현지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상호명은 훈이시락국이다.

 

든든한 아침을 챙겨 먹고 씻고 나서 하루 업무 일과를 시작하였다. 그저 이른 아침 한 자락을 이용해 운동과 아침식사를 하고 왔을 뿐인데, 마치 하루치 여행을 마치고 온 기분이 들었고, 그 덕분인지 일하는 내내 텐션 업이 된 채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따금 피로감에 고개를 젖히면 보이는 창 밖 바다뷰와 항구 안에서 잔잔한 파도에 흔들거리는 배는 내내 생동감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이틀 째이자 본격 워케이션의 하루의 끝자락은 플렉스웍에서 주관한 행사 참석자들을 위한 네트워킹 일정으로 마무리되었다.

 

본인의 경우는 남해에서 북토크 행사에 참석하기로 한 별도의 일정이 있어서 제 때 참석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왕복 200킬로를 넘는 거리를 쏜살같이 다녀오니 네트워킹 마무리 시점에 안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잠시나마 얼굴 뵙고 인사라도 나눌 수 있어 다행이었다.

 

역시나 즐겁고 훈훈한 네트워킹 자리였던지, 일정을 파하고 나서도 몇몇 분들은 장소를 달리하여 못다 한 이야기들을 마저 나누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나지막이 들리는 하하호호를 뒤로하고 기분 좋은 피로감에 쌓여 잠자리에 들었다.

마지막 돌아오는 날에는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졌다. 오후엔 개인 사무실 관련 세무 일정이 있어서 빨리 올라가야만 했다.

 

갈 채비를 하기 전, 굳이 폭우를 뚫고 시장 뒷골목을 한 번 더 간 건, 전날 먹었던 훈이시락국의 풍미가 잊혀지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어제 맛있게 먹은 치킨이 오늘 아침에 똑같이 맛있을 수는 없듯, 어제의 시락국의 맛은 기억에 남겨두어야 했지 싶다. 하루 만에 익숙해져 버린 그 맛은 첫 경험만큼 새롭지 않았다. 그래도 그 덕분에 뱃속은 든든했고 돌아오는 내내 허기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3일간 함께 했던 통영스티치를 떠나려니 아쉬움이 남아 작별인사를 하듯 시선을 옮겨가며 눈과 카메라에 담았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예상했던 대로 알찬 여행이자 업무의 연장이 아닐 수 없었고 돌아와서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하다.

 

물론 2박 3일이라는 일정 안에서 워케이션의 묘미를 다 만끽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보름에서 한 달 정도 기간을 넉넉하게 잡고 가는 게 일과 휴식 그리고 인생의 풍요로움을 다 같이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초반의 낯섦은 빨리 타파하는 게 좋을 듯싶다. 아무리 멋진 상상과 기대감으로 떠났어도 막상 낯선 곳에 홀로 서 있을 때, 그 생경함은 예상치 못한 기분을 들게 하기도 하니깐. 가능하다면 빨리 익숙해지는 것이 좋은데, 먼저 경험을 한 분들을 통해 경험을 나누고 출발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또한 익숙해지면 그 자체를 즐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미처 올리지 않은 수백 장의 사진은 차후 따로 천천히 정리하며 소회를 가져볼 생각이며,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