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에 진심인 편

삼척쏠비치 워케이션 1일차

데브마이너 2023. 1. 26. 04:10


새해벽두에 리모트프리워커를 선언 한 이래 줄곧 어깨를 누르는 부담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오랫동안 미뤄 둔 가족과의 단란한 여행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도 있었겠지만, 새해를 맞이함과 동시에 코로나도 함께 맞이하여 연초부터 자가격리를 치르며 일주일을 집에서 칩거할 수 밖에 없었다.

 

격리가 끝난 이후로는 예정되어 있던 워케이션 체험에 임하느라 가족과 떨어져 홀로 워케이션을 다녀오게 되었고, 이후로는 집 근처에 새로 구한 작업실도 정비를 하느라 시간을 보내야 했다. 거기에 리모트워커로서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고, 기존에 하던 일도 그와 연결되어 있었기에 계속해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그리하여 한 달 전쯤 부터 잡아 놓았던 여행을 행하기까지는 계속되는 심적 갈등이 있었고 어떻게 풀지 고민하던 찰라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여행을 워케이션 컨셉으로 잡아서 가면 되지 않을까?

 

작년부터 워케이션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로 다양한 형태로 워케이션에 대한 숙고를 해왔었고, 이쪽에 몸 담고 있는 많은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체험하면서, 약간의 용기가 생기면서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휴가와 워케이션을 하나로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그 심리적 진입장벽은 아래와 같았다.


첫째, 가족과 함께하는 워케이션이라는 점.
둘째, 여행지가 워케이션과 상관없는 일반 호텔이라는 점.
셋째, 개발 및 테스트를 위해 노트북 외에 수반되는 부가 장비들의 운용이 필요하다는 점.
넷째, 오픈을 코 앞에 둔 시점에 팀과 떨어져서도 원만한 협업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

하지만 이런 욕심도 떠올랐다.

 

일과 휴가도 같이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어쩌면 워케이션을 접하면서 그간의 고민과 궁금함을 개인적으로 시도해보고 답을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해보기로 했다. 나는 리모트프리워커로 전향 하기로 하여 그 첫발을 내딛었을 뿐만아니라. 워케이션에 진심인 이상 워케이션이 거스를 수 없는 미래이자 대세임을 여러각도로 확인해보고 입증해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곧 사명이라는 생각으로 불안감을 떨치고 마치 내셔널지오그래피에서 배낭 하나 달랑 매고 불특정 여행지에 떨어져 생존하는 다큐 같은 프로그램에 임하는 느낌으로 그 여행길에 오르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한 가장 먼저 할 일은 여행지에서 일할 작업환경을 예상하고 그에 필요한 개발 환경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재택으로 일하던 개발환경을 그대로 유지한 채 원격으로 개발할 수 있는 장비를 따로 선별하고 그에 더해 부가적으로 필요한 장비들을 확인해보았다.


집에서는 기본적으로 노트북 외에 두 개의 모니터를 더해 총 세 개의 화면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 각각은 일반적으로 개발용 에디터를 띄우는 화면, 실시간으로 작업 결과를 확인하는 화면, 그리고 나머지는 디버깅 및 모니터링을 위한 화면 용도로 사용했었다. 여기에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카드리딩과 출력 테스트를 위한 별도의 장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노트북과 인터페이스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나는 이러한 장비들 중에서 테스트에 필요한 장비를 선별하고, 원격으로 붙어 사용할 별도의 노트북과 휴대용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를 챙기기로 했다. 물론 이들 장치에 전원을 공급할 전원 어댑터와 각종 충전기, 그리고 HDMI 케이블도  챙겼다.

그리하여 떠난 여행길.. 아니 워케이션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던만큼 하늘은 시리도록 맑았다. 그리고 평일에 떠난 만큼 서울의 출근길 경로를 가로질러 가는 때를 제외하고는 뻥 뚫린 도로가 죽 이어졌다. 서울을 벗어나면서 그 청아한 하늘은 점점 더 투명하고 새파랗게 바뀌어 갔다. 어느 지점을 지나갈 때는 마치 살얼음이 낀 것처럼 얇게 펼쳐진 채 얼어버린 듯한 형상의 구름도 목격되어 사진에 담았다. 중간중간 휴게소도 들렀는데 평일의 휴게소는 무척이나 한산했다.

 

 

그렇게 뻥뚫린 여행길 끝자락에는 겨울 해변이 우리를 맞이해주었고, 잠시 겨울바다가 펼치는 하늘보다 짙은 파란색 파도의 향연을 잠시 즐기다가 예약한 호텔의 숙소에 체크인 하였다.

 

 

쏠비치 C동 506호

 

앞으로도 기억해두고 싶은 호실이다. 쏠비치 C동 506호는 우리가 묵을 방이었고, 오션뷰로서 일출 구경에 최적화 된 듯한 객실이었다. 가족들 모두 전망에 감탄하는 사이, 나는 전망보다는 객실 내 업무환경을 꾸미기 위한 요소에 더 관심이 갔다. 발코니 창문에 붙어있는 화장대 겸 탁상은 노트북과 휴대용 모니터를 같이 올려놓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고, 심지어 콘센트도 빌트인 되어 있었다.

 

그즈음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멀티탭

 

그토록 신경써 준비한 장비에 빠진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었다. 휴대폰 충전기를 빼더라도 작업을 위해 최소 4개의 전원 연결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고, 숙소 내 편의점과 옥 외 편의점 등에 수소문해보았으나 팔지 않았다. 결국 시내에 위치한 다이소까지 갈까 하다가. 거리도 거리이고 예약 해둔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왔기에 다음날에 해결하기로 마음 먹었다.

 

 

 

탁상과, 의자 두개, 벽걸이TV 등을 한대 모아 작업공간을 만들었고, 인터넷 연결 OK, 가져온 HDMI케이블을 이용해 티비와 연결하여 듀얼모니터 OK. 원격으로 작업 중이던 개발환경에 붙어 깃랩(Gitlab)으로 소스코드를 내려받아 동기화하고 개발 IDE를 실행하여 프로그램 동작을 확인한 결과 OK.

 

셋팅을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예약해둔 저녁식사 자리로 이동하여, 시원한 맥주로 여행의 피로감을 씻으며 맛있는 저녁을 즐겼다. 건물 내 외를 오가며 야경을 만끽하고 아케이드 안에 있는 오락실에 들러 모처럼 아이와 함께 웃고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편의점에서 주전부리도 사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업무를 위한 전화 통화와 일거리는 미뤄두고 가족에 마저 충실하며 즐거운 밤시간을 보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새벽 3시 46분. 지난 밤 왁자지껄하고 화려한 조명의 호텔 분위기는 사라지고 멀리서 파도소리와 함께 삼척의 밤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 가운데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과연 나는 이번 워케이션을 무사히 치르고 올라갈 수 있을까? 첫 날은 환경 셋팅 외에는 업무를 한게 없어서 워케이션이라 이름 붙이기엔 민망하다.

 

지금부터가 시작, 감상은 여기까지.

 

그렇게 마음을 굳건히 먹으니 다시 졸린다. 너무 일찍 일어났다. 그래서 한 숨 더 자고 일어나 본격적인 워케이션 일과를 시작하리라 마음 먹었다.

 

그리고 7시. 아직 해는 뜨지 않았고 어제와 달리 날이 좀 흐리다. 컴퓨터를 켰는데 싸늘하다. 이어서 일을 시작하기 위해 집에 있는 원격 환경에 붙으려고 시도했는데, 어제 잘 붙던 원격 환경에서 여전히 이와 같은 메시지를 뿌린 채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과연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머리를 쥐어 뜯으며 긴장감이 몰려왔다.

원격작업환경에서 PULL만 받아놓고, 내가 작업한 내역을 커밋 푸시 해두지 않았다. 그 동기화 되지 않은 소스코드 때문에... 난 여기서 전에 했던 코드 작업을 새로 해야만 하는가....

 

하지만, 다른 노트북으로 연결을 시도하여 다행스럽게도 해결할 수 있었고, 원격 개발환경에서 커밋하고 미처 푸시하지 않았던 작업사항도 모두 푸시했다. 휴대폰과 맥북에서 원격으로 접근이 안되는 이슈로 당황 했었는데, 윈도우 노트북으로 시도하니 정상적으로 잘 들어가졌다. 아마도 듀얼 모니터로 접속을 한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원격접속을 끊지 않은채 다른 환경에서 접근을 하면서 발생한 이슈 같아보인다. 어쨌던 지금은 작업사항이 반영되었고 동기화된 상태라 작업만 온전히 진행하면 된다.

이렇게 첫 날의 워케이션을 마무리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