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에 진심인 편

'부산형 워케이션' 판도 변화의 서막?

데브마이너 2023. 2. 9. 23:30

2023.02.12 - [워케이션에 진심인 편] - 1월 타임라인 정리
2023.01.14 - [워케이션에 진심인 편/플렉스웍] - 통영 워케이션을 다녀온 다음날
2023.01.26 - [워케이션에 진심인 편] - 삼척쏠비치 워케이션 1일 차
2023.01.28 - [워케이션에 진심인 편] - 삼척쏠비치 워케이션 2일 차

새해벽두 리모트프리워커를 선언한 이래 1월이 훌쩍 지나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워케이션에 발을 들이면서 갑자기 많이 바빠지고 활동 반경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플렉스웍x디어먼데이 통영에서의 워케이션을 시작으로 워케이션의 매력을 제대로 만끽한 이후로, 워케이션이 가지는 의미와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되면서,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찾아다녔다.

삼척 쏠비치에서 셀프 워케이션을 시도해봤다가 보기 좋게 망하는 대신 값진 경험과 가족의 이해를 구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으며, 안면도 호반에서는 선택이 아닌 일(출장)로 다녀오면서 자의와 타의적 선택이 가지는 같은 공간 다른 느낌도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1월을 마무리하고, 2월의 시작 역시 워케이션으로 열었다. 2월 7일 플렉스웍에서 마련한 부산 워케이션 거점 센터 개소식 팸투어에 참석한 것이다. 사실 팸투어라는 용어 자체를 몰랐는데, 일종의 사전답사여행과 같은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처음 경험하는 팸투어에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미리 예약을 잡아둔 항공편 일정에 맞춰 김포공항역으로 향했다. 목적지가 부산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KTX로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출발 일자의 항공편이 저렴하기도 했고, 소요시간도 짧은 데다가 김포공항이 집과도 가까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 길에서 만끽하는 구름 위 맑은 하늘과 창밖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지형지물을 보면서 호연지기를 기르는 것은 나의 일관된 취미 중의 하나이므로 이를 택하는 것은 당연했다.


서울 김포공항에서 부산의 김해공항까지는 1시간 남짓 소요되었고, 공항에서 부산역까지는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50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부산김해선 공항역에서 출발하여, 사상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서면역에서 다시 한번 1호선을 타고 부산역에서 내리면 되었다.

부산역에 이르러 광장으로 올라가자 눈에 띄는 것은 구글 스타트업 스테이션. 부산에서 이제 스타트업을 위한 뭔가가 본격화되는가 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시원하게 펼쳐진 널따란 광장 멀리 목적지인 아스티 호텔이 보였다.

저 큰 호텔 꼭대기 층이 워케이션 센터라고?

생각보다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 다녀온 삼척 쏠비치에서의 셀프워케이션으로 하여금 호텔과 워케이션은 아직 거리감이 있다고 느껴졌었는데, 막상 이곳에 도착하니 과감한 시도와 변화의 큰 물결이 느껴지는 듯했다.

우선 3층 로비에서 플렉스웍의 Angela님으로부터 안내를 받아 명찰을 받고 3층 로비에서 체크인할 방을 배정받았다. 내가 묵을 객실은 오션뷰로 908호였다. 커튼을 젖히자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거대한 크루즈 배가 보였다.

비즈니스호텔답게 책상과 필기구가 갖춰져 있었으며, 책상 위로는 탁상용 스탠드와 전원플러그가 가깝게 배치되어 있었다. 세면대는 화장실 바깥으로 나와 있었으며, 화장실은 짜임새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개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객실 답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대망의 워케이션 센터로 올라갔다.

막상 올라가니, 기대 이상이었다. 루프탑 전체가 워케이션 센터였고, 창 밖으로 펼쳐진 파노라마뷰는 장난이 아니었다. 센터 내에는 개소식 관련한 관계자와 행사 참석자들로 하여금 북적거렸다.

아닌 게 아니라, 개소식 행사 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팸투어 방문장소 중 하나로 알고 있었던 부산시장은 부산 내 특정 지역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시장님이었다. 아울러 구글코리아, 슬랙코리아, 메가존클라우드, 미디어젠 등 다양한 IT기업 대표 분들도 참석하는 자리였으며, KBS와 MBN 등 여러 언론 매체들도 참석해 인터뷰와 소개를 하느라 따뜻한 부산에 후끈한 열기를 더 했다.

부산시창조경제혁신센터가 연 이곳은 부산의 교통요지인 부산역(KTX)에 인접한 아스티 호텔 24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편리한 대중교통으로 하여금 인접지역으로 이동이 수월하고 다양한 명소를 비롯한 즐길거리 먹거리 얘기만 하면... 그냥 휴가고, 워케이션을 택한 직장인이나 노마드워커들이 부산에 와서 일하기 좋은 꽤 괜찮은 워케이션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워케이션 센터의 압권은 테라스 라운지로 부산시내와 바다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다. 일하다가 가끔씩 휴식을 취할라치면 이곳으로 나와서 펜트하우스 꼭대기 층의 기분을 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업무공간은 오션뷰시티뷰로 나뉘어져 있으며 공용 테이블과 파티션으로 둘러싸인 개인 테이블을 제공하고 있어 필요에 맞게 이용하면 된다. 미니바 라운지는 보안키가 달린 사물함과 시티뷰를 조망하며 간단한 식음 및 업무를 볼 수 있는 테이블을 갖추고 있다. 폰부스미팅룸과 같이 일 관계로 통화나 회의를 필요로 할 때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고 혹은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는 시설도 따로 마련해 두고 있다.

인파로 몰렸던 이 같은 현장 분위기도 본 행사가 끝나자 조금씩 한산 해지면서, 팸투어 참석자 분들과의 본격적인 비즈니스 교류 및 투자설명회, 강연 등이 이어졌다.

이현송 대표의 투자 설명회는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지자체와 기업들이 얼마나 지역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으며, 신생 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으로 지역상생과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와 이 정도면,나중에는 서울/경기보다 부산/경남권이 훨씬 더 사업하기에 유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변연배 대표의 팸투어 강연에서는 워케이션의 현재와 미래를 고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재택근무에 대한 고용/피고용인의 입장 차이와 변화, 다양한 재택근무 및 워케이션 유형,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속 감내해야 할 것과 다가오는 미래에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강연이 끝나고 나를 비롯해서 여러 참석자들의 열띤 문답이 오갔는데, 다들 워케이션에 너무나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열기가 식지 않아 강연이 끝나고도 한 동안 사람들은 같은 자리에 머물며 토론과 네트워킹을 이어갔으며, 저녁식사 자리로 이동할 때까지 이어졌다.


호텔 바로 맞은편에 있는 참가자미 횟집이 우리의 저녁식사 자리였고, 여기에서 네트워킹이 이어졌다. 정갈하게 차려진 상차림을 앞에 두고 인사를 나누며 명함도 주고받았는데, 면면을 살펴보니 이름으로만 듣던 워케이션, 코리빙, 공유오피스를 운영하는 기업을 비롯해 원격근무/협업솔루션 기업, 글로벌 파트너/고용 플랫폼 기업 등의 대표/임직원 분들이 함께 한 자리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워케이션과 원격근무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이어갔고, 워케이션 생태계의 앞 날을 구상하며 그와 관련한 진지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공유했다.

워케이션 전문 기업인 디어먼데이의 경우는 이번에 강릉에 워케이션 세인트존스호텔점을 오픈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고, 코리빙 전문 기업이자 인스타에서도 유명한 맹그로브. 시티의 경우는 이번에 강원도 고성에 워케이션 센터 오픈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각자 숙소로 돌아가는 시점에는 원루프/원루프랩 대표님과도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원루프제주 등 여러 워케이셔너 분들의 체험담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그 회사의 대표님을 직접 만나 뵈니 놀랍고 반가웠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따로 다루겠지만, 리모트프리워커를 선언하기 전에 마음 맞는 분들과 사이드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 한 번에 다 같이 모일 장소가 없어서 카페나 음식점 또는 스파크플러스, 파이브스팟 같은 공유오피스를 전전하며 아쉬움을 달래던 때가 있었다.

카페의 경우는 각자의 노트북을 올려놓고 모임을 가지기에는 테이블이 협소했고, 그 당시 공유오피스는 환경이나 시설은 괜찮지만, 인당 하루 단위로 결제를 하거나 월단위 멤버십에 가입해야 해서 서 너 명이 잠시 잠깐 모일라 쳐도 10만 원이 훌쩍 넘는 구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만 했는데, 그것이 결국 집 근처 내 작업실을 마련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여기는 0.1시간 단위당 요금 책정에,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다. 만약 원루프를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앞에서와 같은 고민과 비용을 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그 불편한 가려움을 찾아 서비스로 이끌어낸 데 대한 고맙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날 일정을 파하고 잠자리에 드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워케이션에 대한 흥분과 기대로 가슴이 뛰어서였을까. 창밖 밤바다 뷰를 앞에 두고 책상에 앉아 나름 노트에 채운 워케이션에 대한 키워드들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워케이션 생태계와 받아들일 준비.
워케이션 모델과 형태의 다양성.
익스트림 워케이션.

자기 주도적.
여행이자 모험.
외로움과 낯섦에 스스로 뛰어들다.
셀프 매니지먼트.
강박과 굴레로부터의 벗어남.
리추얼.
삶과 일에 대한 진지함.
텐션, 각성.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뭔가....


다음날 아침. 나만의 루틴을 이행하고, 아침을 먹었다. 오랜만의 조식. (와이프가 참 좋아하는데, 나만 즐겨 미안해...)

워케이션 센터에 왔으니 제대로 일은 하고 가야지.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돌아와 밤사이 정든 객실과 인사를 나누고 체크아웃을 한 다음, 24층 워케이션 센터로 향했다. 프런트에 계신 직원분들께 이용에 대한 안내를 받고 내가 원하는 자리에 앉았다. 창밖으로 바다가 펼쳐진 뷰를 앞에 마주하고 두 시간여 업무를 보았다. 바로 옆 미팅룸에는 어제 네트워킹 때 뵈었던 분들을 비롯해, 같은 워케이셔너로 보이는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업무를 보거나 회의를 하고 있었다.

해운대 요트 체험


오전 일정을 마치고 플렉스웍에서 제공한 요트 체험에 나섰다. 해운대 리버크루즈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해운대 센텀시티역 인근에 위치하고 있었다. 도시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일부러 버스를 택해 목적지에 향했다. 오전에 미리 예약을 잡아둔터라 여유로운 체험이 가능했다. 1시간 남짓 강과 바다를 오가며, 감상에 젖은 채 남은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 석양이 지는 하늘길에서


돌아오는 하늘길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떠올렸던 것 같다. 이번 행사에서 만난 워케이션 생태계의 주인공들, 누구보다 발빠르게 준비하고 있었고 생태계 확장과 다양성을 실현하고자 노력 중이었다.

나는 워케이션 생태계에 있어서 에너지 혹은 동력원이 될 수는 없지만, 그 영향력의 범위 안에 속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분야 전문가들이 조만간 태양처럼 빛을 발해 그 온기를 나눠준다면 나도 그에 감응하고 반짝이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이 같은 기대와 함께 워케이션 생태계가 커져서 판도 변화에 이르는 날이 빨리 오기를 꿈꿔본다.



참고: 부산워케이션 홈페이지(https://www.busan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