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에 진심인 편

여운이 가시기 전에

데브마이너 2023. 2. 4. 08:18

머릿속을 휘젓던 생각들을 잡아 글로 펼쳐내어 저장하려는 순간 하얘지고 만다. 마치 에디터의 하얀색 배경 마냥.

파동 혹은 에너지로 존재하던 뭔가를 주어 담아 입자형태로 만들려고 하니 그 에너지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는 격이다. 결국 그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다 보니 내 예상과는 전혀 딴판인 생각 그림이 그려졌다. 신기하다.

레이아웃이라도 한번 그려보자. 의식의 흐름대로 가려다가 이내 마음을 다 잡는다. 하지만 이도 잠시 그 아래에는 직전에 먼저 생각을 옮긴 글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이 글은 또다시 두세 개의 버전으로 쪼개진다.

현 시점의 스냅샷


생각은 잔상을 덮어버린다. 그나마 요즘 블로그 에디터는 임시저장이라는 기능이라도 있어서 그 순간의 생각을 잡아둬 주니 그나마 낫다.

옛날에 원고지에 생각을 글로 옳기던 작가들은 얼마나 많이 고민해야 했을까? 글자 하나하나가 시리얼라이즈드하게 나열되어야만 한다는 강박을 품고선 머리에 오버랩된 생각의 잔상들을 차근차근 풀어내야 했을 테니 참으로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글쓰기는 평행이론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인 것 같다. 나는 같은 주제를 가지고 여운이 가시기 전에 또 다른 내용을 글을 풀어낼 수도 있으리라.

물론 그 시점을 분기하여 동시 제어 할 수는 없지만 의지를 가지고 행하면 모사 가능한 일이다.

깃헙 등 형상관리솔루션은 브랜치, 포크 등의 기능으로 그것을 가능케 한다. 그것은 다양한 버전의 스냅샷을 만들며 브랜치를 치고 여러 갈래의 긴 트리를 만들어 가다가 이내 하나로 머지 되어 끝 점을 찍는다.


이 시점의 스냅샷

그 용도를 여기로 옮겨오면 어떨까. 형상관리프로그램은 결국 협업의 용도로서 존재하지만 그 기능은 충분히 다른 용도로 활용이 가능할 것 같다.

무제

그것이 일단 글을 여기까지 써 내려오게 한 동력이 되었으며 원래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글이 전개되고 있다.

자 이제 마음을 다 잡고 원래 생각으로 돌아가보자. 눈을 감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 본다.

그렇다 나는 워케이션을 얘기하고 싶었고 그 중에서도 색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마치 와인이 다양한 원산지와 품종을 가지듯 워케이션도 그와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워케이션 업체를 답사하고 체험하고 나니 그러한 워케이션의 색채를 다루는 것에 유독 관심이 많아진다. 워케이션은 어느덧 자생적인 생태계를 만들더니 기존의 관념이 전도될 사회현상으로까지 확장되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워케이션은 다양한 정의가 가능할 것 같다.

다양하고 깊은 경험이 축적된 상황에서 그것을 다른 장소에 가서 색다른 관점으로 섞고 조합시키고 발효시켜 새로운 뭔가를 이끌어내는 그 과정의 함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거기서 더 나아가 전혀 다른 사람들을 만나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가 모르거나 부족한 것들을 일깨워주고 이끌고 밀어주면서 이연 되지 않은 즉시의 환희를 체험하게 해주는 시스템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또는 수도원이나 조용한 산중 사찰의 수도승처럼 그와 비슷한 장소와 공간에 칩거하며 내 안의 나를 만나고 버리며 몰입과 자각을 경험하는 상상을 현실로 바꿔버린 발현체일 수도 있으리라.

카공족의 소망이 실현된 것일 수도, 카공 스타일의 끝판왕일 수도 있고...

워케이션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양한 업체와 팀조직 그리고 이를 일찍이 수용해 경험한 여러분야의 워케이션러들로 하여금 워케이션이 점차 대중화 되어가며 그 정의가 갖춰져가는 느낌이다. 이들은 워케이션의 다양한 정의와 체험을 소개하고 있고 그에 나도 합류하여 그 공감대를 가져가는 중이다.

현재 드는 생각은 마치 인터넷이 태동하고 나서 오늘에 이르러 그 발전 가능성과 다양한 모습을 그 당시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처럼 각자의 생각 속에 어렴풋이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남해바다워케이션
팜프라
플렉스웍
일로오션과 파도살롱
바다공룡워케이션
디어먼데이

...

내가 직간접적으로 접하고 체험한 워케이션 생태계 속 구성원들은 그 색채가 각기 다르며 각자의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며 그 지향점도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구성원은 워케이션을 표방하지 않지만 그것과 닿아 있는 것들도 있다. 아울러 워케이션 생태계에 새롭게 출현할 기저, 기반의 요소들이 출몰하리란 예상도 더불어 하게 된다.

워케이션이라는 모델 하에 다양한 구현체들이 하나의 집약된 도메인을 형성하고 세상을 바꾸길 기대하며 가시지 않은 생각의 여운을 박제해 본다.

결론, 내 아침 한 시간 뚝딱. 헛소리 80프로 속 20프로의 진심. 파레토의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