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에 진심인 편

로컬리즘에 대한 단상

데브마이너 2023. 7. 16. 06:25
로컬은 그런 것이다.

 

들어가기 전 몇 가지 단상.

 

이곳 달품에 와서 느낀 점. 차라리 루틴은 밤에 수행하는 것이 좋을 성싶다. 이곳에서의 새벽 혹은 아침은 집에 있을 때보다. 대체로 뭔가 생산적인 일들을 구상하거나 실행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듯하다. 끊임없이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이런 것들을 하기 위한 시간이 루틴으로 인해서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어제의 경우는 11시 반 쯤 잠들었고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그리고 지금 현재 차 한잔과 함께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시각은 4시 32분이다.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어렵게 보여지는 가운데 그 파도를 나만 온전히 피해 갈 수 있을까라는 염려와 함께,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러한 생각을 촉발하게 되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이 장소에서이다. 파도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홀로 방 한 칸에서 나를 돌아보며 희망을 찾고 꿈을 되돌아본다. 좀 있다 기쁘게 다시 만날 참가자들과의 아침을 기다리며, 그날의 기록을 남긴다.

 

 

들어가며,

 

자의식 해체를 되내이며, 스스로를 객관화하며 어떤 스탯을 채울 것인가에 고민을 하게 된다. 이때 함께 하는 사람들은 내가 계속해서 새로운 생각과 경험을 안겨준다.

 

우리는 쉐프 강수님의 밥상을 통해 매일 아침, 저녁으로 맛의 향연을 즐기고 있지만, 점심시간은 보통  둘, 셋 씩 짝을 지어 맛집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주로 강수님의 추천을 받아 훌륭한 맛집들을 찾아다녔는데, 이번 1차 하반기부터는 자녀분과 함께 새롭게 참여하게 된 레오님의 추천으로 "더 풀"이라는 햄버거집을 가게 되었다.

 

누구나 다 아는 그 맛에 어떤 특색이 있을까 궁금하긴 했어도 여기서 강수님과 얘기하던 로컬리즘을 떠올릴 줄이야.

 

본론.

 

본 주제로 돌아와서 로컬리즘이란 무엇인가. 강수님과 나의 로컬리즘을 이야기 하기에 앞 서 이미 사회에서 언급되고 있는 로컬리즘에 대해 알아보자. 로컬리즘은 길게는 10여 년 전부터 현재까지 부상하거나 지속되고 있는 주요 라이프 트렌드 중에 하나이다.

 

트렌드란 결국 하나의 현상과 지향을 뜻하며 지속성을 포함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알게 모르게 지속되어 온 듯하다. 그 이유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론 그것은 끊임없는 새로움이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연세대 모종린 교수가 <신동아> 2023년 2월호에서 다루는 로컬리즘이 특히 내  머릿속을 정리해 줬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지역색과 개성이 강한 상권이나 지역을 로컬로 부르지만 한국에서 로컬은 상권 중심으로 형성되고 확장된다. 한국에서 로컬을 독립된 문화를 창출하는 크리에이터 상권으로 정의할 수 있는 이유다. 로컬이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상권으로 머물지 않고 소상공인 성장 동력, 지역 기업 생태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플랫폼 등 세 방향으로 확장하기 때문이다.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로컬지향의 몇 가지 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귀농 귀촌, 제주 이민, 동네 지향, 장소 지향, 고향 지향이 그것들이다. 그중 우리가 주목할만한 부분은 동네 지향이다.

 

동네 지향

새삼스럽다. 이미 동네에 속하면서 가장 익숙하고 편안하게 지내면서 알고 있는 그 동네에 지향이란 단어를 붙인 다는 것이. 하지만 그 의미를 좀 더 파고들면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들이 있다. 그것들은 주로 상권에 위치하면서 우리에게 레트로를 선사하며 세대별로 친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포인트를 가지는 한편,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우리에게 감각적으로 어필한다. 그것이 실용적이냐, 세련되었느냐를 따지자면 그것은 관점의 차이에 불과하다.

이번에 남해에 있는 "더 풀"이라는 햄버거 가게를 방문하면서 그것을 느꼈다. 아마도 거길 방문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평점도 좋고 손님도 많다. 햄버거 맛도 괜찮다. 그리고 운영시간도 짧다.  그래서 다소 짙은 선팅으로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아 운영을 하는지 마는지  불안감을 안고 방문하게 되는 곳이다.

물론 어떤 전문가적 차원에서 내공 쌓인 경험과 의도에서 비롯된 전략적인 인테리어일 것이라 추측은 하지만, 그곳은 정말 아무리 둘러봐도 폐허에 가깝다. 건물 밖으로 보이는 운영되지 않는 낡은 수영장 안에는 타일 조각들이 깨져서 나뒹굴고 있고, 삐걱대는 기다란 의자는 세 사람이 몰려 앉으면 가운데로 푹 꺼지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건 연출된거야라고 강조하는 몇 가지 레트로 아이템들이 눈에 띄게 전시되어 있다. 그로 인해 그 모든 것이 수용되고 이해가 된다. 결국 햄버거 맛도 맛이지만 그보다는 이 감각적 공간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인스타 맛집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주목하는 지점은 그 감각적인 장소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어필 포인트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 또 하나의 가슴 울림을 전달하는데, 그것은 바로 가능성이다.

 

아, 이게 가능해? 이게 된다고?

 

엄청난 기획력과 연출이 바탕이 된 결과물이겠지만, 그것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감정과 희망을 가진다. 아직 예술이 뭔지 모르지만 만약 그림 한장에서 감동과 실용적인 통찰을 얻어 내는 것이 예술이 가지는 의의 중 하나라고 한다면, 이게 바로 예술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결과적으로 "와" 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것. 그 후속으로 우리의 뇌는 빠르게 돌며 그 응용과 확장을 생각해보게 된다. 거기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새로움에 이끌려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결론

 

이 지점에서 우리는 희망을 가져보게 되는 것 같다. 로컬이라는 것은 이미 있었고 흥망성쇄가 있었다. 그 라이프사이클 속에서 소멸한 것도 있고 남아있는 것도 있다. 그 존속 여하에는 각기 다른 이유가 있다.

 

남아있음에 혹은 발전함에 안도와 부러운 감정이 드는가 하면, 왜? 이렇게 좋은 데.. 하며 사라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갖기도 한다. 다양한 이유가 공존하는 곳, 거기서 우리는 배우고 다시 한번 기회를 찾아 도전하게 된다.

 

모두들 각자가 로컬리즘에 대해 다양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 로컬은 그런 것이다. 일단 외형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다채로운 시선을 하나로 모으고 공명하게 만드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그것이 지역일 때 가능할 것이고, 운영 주체의 영향력과 힘에 의해서 비롯될 것으로 생각된다.

 

굳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할까? 아니면 모든 것이 다 준비되어 있어야만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지금 언급한 "더 풀" 과 내가 현재 머물고 있는 "달품"에서 느낀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은 어떤 색채를 지닌 채 일상에서의 일관된 모습을 가진다. 이것은 소위 말해 어떤 애티튜드를 가졌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이 우리를 불러 모으게 하고, 무엇인가를 얻어가게 만든다는 것이다.

 

"더 풀"은 어떤 한 순간의 "아하"를 느끼게 해 주다면, "달품"은 그러한 배움이나 깨달음으로 가는 여정의 시작점이자 기반 즉 부트캠프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보여진다.

우리는 이렇게 각자의 하루를 보내고 나서 달품으로 돌아와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고 배우면서 인사이트를 얻고 있다. 아마도 이렇게 쌓인 내공은 우리가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갔을 때 세상을 살아내는 힘으로서 작용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우리는 또 때가 되면 연어처럼 이곳 부트캠프로 돌아와 새로운 배움을 배우고 공명하면서 지속적인 다음을 기약하게 되지 않을까?